대청호 둘레산
옥천 마성산(409m)
구읍 마성산에서 물길 따라 장계관광지까지
주술처럼 끌리는 '향수 30리'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회돌아나가고~
뭇사람들의 고향에 대한 향수를 자극하는 정지용 시인의 고향 산기슭이 바로 마성산이다. 그런데 옥천의 마성산은 세 개나 된다. 사람들은 통산 죽향리에 있는 335m의 산을 동마성산, 군서면 497m의 산을 서마성산, 그리고 옥천읍 교동리에 위치한 산을 마성산(409m)이라 부른다. 새해 첫날 옥천 사람들이 찾는 해돋이 명소는 교동리 마성산이다.
정상 접근이 가장 빠른 섯바탱이를 들머리로 잡는다. 구읍에서 차로 5분 거리, 37번 국도변에 있는 섯바탱이마을에서 접어드는 길은 사거리 안부 턱밑까지 차로도 갈 수 있다.
임도 오름길 군데군데에 화살표와 함께 길잡이 현수막이 나무에 걸려있는데 등산안내를 위한 것이다. 옥천 금강 MTB연합회에서 최근 산악자전거대회를 치르면서 코스 안내를 걸어놓은 것이다. 대회를 치른 뒤라 길은 더욱 매끄럽게 정리되어 있다.
임도가 끝나자 곧 사거리 안부에 올라서고 그후부터는 아주 가파른 길이 정상까지 15분 동안 이어진다. 장룡산악회에서 세운 표지석과 산불감시초소가 있는 정상에 선다. 서쪽으로 식장산이 보이고 북쪽으로 환산이, 서남쪽으로는 우뚝 선 서대산이 눈높이를 맞춘다.
"신년 해맞이 하기에는 공간이 좀 작은 것 같은데. 바로 옆의 헬기장까지 하면 제법 되겠지만. 그래도 전망은 좋네. 저기(구읍) 저수지 바로 밑이 육영수 생가고 좀 더 아래가 정지용 생가쯤 될거야."
두 달 전 교동저수지에서 능선을 타고 올랐던 김정자씨가 재차 확인을 한다. '향수'의 배경이 된 곳이다. 1900년대 초까지 옥천의 생활경제 중심지였던 죽향리, 상계리, 하계리, 문정리, 교동리 등 5개 마을이 '옥천구읍'으로 불린다. 구한말부터 백여 년 옥천 변천사를 엿볼 수 있는 곳이자 시인 정지용의 한가로운 고향 풍경화가 펼쳐진 곳이다.
시인도 교동리 저수지를 따라 동북쪽에 위치한 이 산을 올랐을 것이다. 그의 시에 나오는 '실개천'이 교동저수지 아랫마을 상계리의 그의 생가로 흐르지 않는가? 저 마을에는 '얼룩배기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이었을 것이다. 그렇게 아름다운 정경이 그려진다. 내 고향 생각도 잠시 스친다.
산불이 지나간 능선, 조망을 한결 나아져
정상에서 수북리 화계마을로 내려서면 동네 뒷산에 머물지만 길은 옥천군 군북면과 안남면의 경계를 따라 장게리 관광지까지 이어지며 옥천 명산의 반열에 올라선다. 대여섯 시간은 족히 잡아야 하는 거리. 산은 낮지만 줄기가 굵다. 종주산행의 맛도 있다. 대청호로 흘러드는 금강을 오른쪽 옆구리에 끼고 가는 길이다.
능선은 순한 오르내림을 반복하다 326봉에서 오른쪽으로 내려서며 며느리재를 지난다. 늦가을 낙엽산행의 전형을 보여주던 산길은 이후부터 금강이 설핏 보이기 시작하더니 더욱 잦아지는데, 339봉에 올라서자 호반산행으로 한껏 분위기를 끌어올린다. 첫 전망대다.
고립된 섬처럼 물길이 오대리를 빙 두르고 있다. 시간이 멈춘 듯 정적은 서정을 낳고 윤슬이 아름다운 금강은 아주 느리게 오지의 마을 앞을 흐른다. 초록이 남아있는 강가에 소박한 나룻배가 정겨운 풍치를 더한다. 찬바람이 부니 애틋함과 외로움을 부채질한다. 시가 노래가 되고 노래가 그림이 되는 것은 이처럼 잔잔한 간흥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일 것이다.
이곳에서부터 이슬봉까지가 마성산의 백미다. 벼랑 끝에서 미사여구가 절로 떠오르는 강을 굽어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화마가 지나간 자리의 생채기가 그대로 남아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더 나은 조망을 제공한다. 물론 산불이 난 뒤 잔불정리를 하며 자연스럽게 등산로도 정비가 이뤄진 듯하다. 식후경은 이 구간에서 하는 것이 좋다.
이슬봉(454.3m)에는 조망도, 쉴 만한 공간도 없다.군북초교 42회 동기생들이 세운 나무 푯말이 전부다. 그들의 이름 12명이 적혀있다. 정상 Y갈림길에서 왼쪽은 소정리로 하산하는 길이고 장계리는 오른쪽이다. 거의 평지나 다름없는 길이 지형도상 참나무골산(422m)으로 표기된 봉우리까지 이어지다 서서히 하산에 접어든다.
내려서는 길에는 송전탑 옆 해주오씨 묘에 닿는다. 금강을 가로지르는 장계교와 장계관광지의 놀이기구가 모습을 드러내는 곳이다. 평탄한 길을 뒤로 하고 능선을 내려서다 갈림길이 나오면 오른쪽 사면으로 꺾어지고 연이어 나타나는 봉분을 통과해 내려서면 도로와 만난다. 바로 왼쪽으로 버스정류장 큰길이 나온다.
올갱이국, 매운탕, 도리뱅뱅이... 산행 후 미각을 자극하는 먹을거리 간판이 입맛을 다시게 한다. 장계관광지 입구다. 그리고 '향수 30리-멋진 신세계'라고 적힌 대형 입간판이 있다. 옥천군이 정지용의 시상을 공간에 적용해 조성한 공공예술 프로젝트로 옥천구읍에서 장계관광지를 잇는 12km 산책로를 가리킨다. 취재팀은 그 길 대신 마성산 25리를 걸으며 향수를 달랬다.
*산행길잡이
섯바탱이-(30분)-사거리 안부-(20분)-정상-(1시간)-며느리재-(20분)-339봉-(1시간)-이슬봉-(40분)-참나무골산-(1시간)-장계리
옥천의 해돋이 명산이자 시인 정지용의 고장
마성산 들머리는 크게 세 갈래다. 주로 섯바탱이 마을에서 임도를 따라 안부를 거쳐 오르거나 교동저수지에서 능선을 따라 안부로 올라서는 코스, 교동소류지에서 시작하는 코스가 일반적이다. 그중 섯바탱이에서 오르는 길은 차량통행이 가능해 임도가 마성산 서쪽 교동저수지와 연결되는 사거리 안부 아래까지 나있어 접근이 용이하다. 임도 끝에는 서너 대 가량 주차할 수 있는 나대지가 있다.
마성산만 오르려면 하산까지 2시간이면 충분하다. 그러나 이슬봉과 참나무골산을 거쳐 장계리 관광지까지 이어지는 길이 이 산의 백미다. 능선 동쪽 대ㅔ청호로 굽어드는 금강을 내려다보며 산길이 연결되는데, 전망대가 되는 벼랑이 곳곳에 나타난다. 부드러운 숲길도 나무랄 데가 없다. 날머리인 장계교에 닿으면 바로 장계관광지 입구다. 금강의 맛과 볼거리가 기다린다. 섯바탱이 마을에서 장계리까지 이어지는 코스는 9.9km로 5~6시간 정도 걸린다.
*교통
기점은 옥천이다. 시내버스터미널(042-732-7700 옥천버스)에서 안남, 청산 방면 군내버스가 1시간 전후 간격(06:20~19:40)으로 다닌다. 10분 걸리고 요금은 1050원이다. 장계관광지까지는 20분 걸리며 요금은 1200원이다. 교동소류지는 택시를 이용한다. 옥천택시 733-5432, 731-3488. 장계관광지에서 다시 옥천으로 들어오려면 안남, 청산에서 오는 버스를 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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