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고싶은 우리산하

옥천 마성산

허주형 2011. 7. 18. 17:59

기차 타고 가는 명산]―옥천 마성산 2월이 되면 전국에서 입산통제가 시작된다. 날씨가 건조해져 산불 위험이 커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번 겨울은 구제역까지 창궐해 선택의 폭이 더욱 좁아졌다. 산불예방과 구제역 방지를 위해 산길을 틀어막은 곳이 많기 때문이다. 주말이 찾아오면 어디로 가야 할지 고민이 깊어지는 시기다.

매년 계속되는 봄철 입산통제는 5월까지 계속된다. '갈 만한 산이 없다'는 산악회 대장의 푸념이 허튼소리가 아니다. 하지만 고산준령을 포기하고 눈높이를 조금 낮추면 갈 곳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 특히 도시 근교의 나지막한 산은 통제가 심하지 않다. 철길이 지나가는 도시 주변에도 이런 산들이 많다. 기차를 이용해 편안하게 도시 근교 산을 다녀오는 것도 훌륭한 선택이다.

충북 옥천의 마성산(馬城山·497m)은 경부선 철도를 타고 당일로 다녀오기에 좋은 곳이다. 주민들이 자주 다니는 곳이라 산불예방기간에도 입산을 막지 않고, 산행 기점이 옥천역에서 멀지 않아 버스나 택시를 이용하면 쉽게 오갈 수 있는 등 접근성이 좋다.

옥천역 앞에서 택시를 타고 용암사로 향했다. 이 천년고찰(千年古刹)은 옥천의 일출명소인 동시에 차로 오를 수 있는 주능선에서 가장 가까운 곳이다. 산 중턱 법당 앞에서 오른쪽 능선으로 올라서면 똑같은 모습의 석탑 두 개가 사이좋게 서 있는 것이 보인다. 보물 1388호인 '용암사 쌍석탑'이다. 산길은 이 석탑 뒤쪽 능선 사이에 숨어 있다.

용암사 뒤편 능선은 기암(奇岩)의 전시장이다. 주능선과 만나는 삼거리에서 남쪽으로 조금 떨어진 곳에 틈새바위와 거북바위, 왕관바위 등이 솟아 있다. 능선 서쪽 금천계곡 너머로 웅장한 모습의 서대산이 마주 보인다. 금강산의 축소판 같은 기암 지대를 구경하고 발길을 돌려 북쪽의 사목재로 내려섰다. 무릎이 시큰거릴 정도로 가파른 내리막이다.

고갯마루의 임도를 가로질러 다시 긴 오르막을 통과하면 조망이 좋은 평탄한 능선이 시작된다. 이 구간을 지나 고도를 높이니 거칠게 쌓은 돌탑 몇 개가 보인다. 마성산 정상이다. 주변에 널려 있는 돌무더기가 산성의 흔적이다. 마성산에서 북쪽으로 뻗은 능선은 동평성지(東坪城址)를 거쳐 용봉(437m)으로 이어진다. 느긋한 숲길의 연속으로 크게 힘들이지 않고 지날 수 있는 구간이다.

용봉 정상은 옥천 시가지를 조망하기 좋은 멋진 전망대다. 주변을 가리는 나무가 전혀 없어 기분이 상쾌하다. 남동쪽 멀리 김천 방면으로 민주지산, 삼도봉, 황악산 등의 고산(高山)이 조망된다. 산정의 작은 잔디밭에서 숨을 돌린 뒤 다시 북쪽 능선을 타고 진행한다.

계속해서 능선을 타고 15분 내려서면 삼거리가 나타난다. 여기서 오른쪽 길로 내려서면 양수리 마을회관 앞으로 길이 이어진다. 마을회관에서 도로를 따라 터벅터벅 15분 정도 걷다 보니 KTX가 지나가는 것이 보인다. 이 경부선 철길 밑의 굴다리를 빠져나와 우회전하면 출발지점인 옥천역이 코앞이다.

용암사에서 시작해 마성산을 넘어 옥천역으로 돌아오는 산길은 나지막한 산들로 이어진 코스다. 하지만 기암지대와 산성지, 전망 좋은 산봉으로 연결되어 확실히 남다른 재미가 있다. 일부 구간은 야산처럼 싱겁게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적당한 거리와 난이도 덕분에 하루 산행으로 안성맞춤인 곳이다.

(위) 성곽의 형태가 제법 잘 보존된 동평성지. (아래) 충북 옥천 마성산에서 용봉으로 이어진 가느다란 능선길. 크게 힘들이지 않고 걸을 수 있는 코스다.

●서울역에서 옥천역을 경유해 동대구·부산으로 운행하는 무궁화호 열차를 이용한다. 1일 15회 운행. 주말 기준 요금 1만1500원. 약 2시간20분 소요. 부산역에서 옥천역으로 운행하는 열차는 1일 10회. 이외에 순천이나 해운대역에서 서울행 무궁화호 열차 이용.

옥천역 기차 시각이 일정과 맞지 않을 경우 대전역이나 대전고속버스터미널로 이동해 KTX나 고속버스를 이용하면 편리하다. 대전~옥천 간을 운행하는 607번 시내버스(고속버스터미널~대전역~세천동 경유)가 평균 10분 간격으로 다닌다.

옥천→장령산 자연휴양림: 1일 4회(06:30, 09:30, 14:30, 18:30) 운행하는 금천리행 버스 이용, 종점 하차. 자연휴양림→옥천: 1일 4회(06:50, 09:50, 15:00, 19:00) 운행. 용암사는 버스가 다니지 않기 때문에 택시를 이용한다. 휴양림도 택시가 편하다. 미터기 요금을 받으며 옥천역~용암사 7000원, 옥천역~장령산 자연휴양림 1만2000원 선. 대청 콜택시 (080)731~3-8800

●마성산 서쪽 금산리의 장령산자연휴양림이 시설이 좋고 조용하다. 옥천 시내에서 조금 벗어나 있지만 그리 멀지 않다. 다른 휴양림과 마찬가지로 주말에는 예약이 어렵다는 것은 단점이다. 하지만 평일에는 늘 여유가 있다. 펜션에 버금가는 고급 시설을 갖춘 산림문화휴양관의 4인실 이용료가 성수기 6만원, 비수기는 4만원. (043)730-3491, jaf.cbh uyang.go.kr

●옥천의 먹을거리로는 올갱이와 매운탕, 도리뱅뱅이가 대표적이다. 옥천 입구 삼양사거리에 있는 옥천민물매운탕이 지역 사람들에게 평이 좋다. 모둠 매운탕 2만6000~5만원, 도리뱅뱅이 6000원. (043)731-2725

산행가이드

마성산 산행은 옥천읍 삼청리의 용암사에서 시작하는 것이 무난하다. 북쪽의 사목재에서 시작할 수도 있지만 길이 험해 승용차의 접근이 어렵다.

용암사→주능선 삼거리(30분)→사목재(20분)→헬기장(20분)→바위지대와 산불 발생지 통과→전망바위(40분)→마성산(5분)→망지미고개(50분)→동평성지(20분)→용봉(20분)→삼거리(15분)→우회전→양수리 마을회관(20분)→경부선 철길 굴다리 통과 후 우회전→옥천역(20분).

용암사에서 주능선으로 올라 마성산과 용봉을 거쳐 옥천역으로 돌아오는 코스는 약 10㎞ 거리로, 산행에만 4~5시간 정도가 소요된다.(난이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