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북한의 연평도 공격을 현장에서 목격한 주민·관광객들은 놀란 가슴을 진정하지 못했다. 이들은 “민가에 포탄이 떨어지면서 불길이 치솟기 시작했다”며 당시의 긴박한 상황을 전했다.
이날 정오 인천 연안부두를 출발한 여객선은 오후 2시20분쯤 연평도 선착장에 도착했다. 그러나 불벼락이 쏟아지면서 승선객들은 여객선을 내리다 말고 발길을 돌려 오후 5시30분쯤 인천으로 되돌아왔다.
강영옥(70) 할머니는 “인천 친척집에 머물다 연평도 집으로 가는 길이었다. 배가 도착하는가 싶더니 마을에 연기가 나고 여기저기 포탄이 떨어지더라. 전쟁 난 줄 알았다”고 말했다. 강 할머니는 “집에는 남편만 있다”며 안부를 걱정했다.
정연식(46)씨는 “배가 연평도에 도착할 때쯤 마을 뒤쪽에 포탄이 떨어지기에 훈련 치곤 이상하다 싶었다. 20발도 넘게 떨어진 것 같다. 선장이 어딘가 확인하더니 실제 상황이라고 알려줬다”고 말했다.
연평도에서 식당을 하는 신성희(51)·이춘옥(53)씨 부부는 “포탄 파편이 튀어 집의 2층 벽과 베란다가 무너져 도망치듯이 집을 빠져나왔다. 집 전화도 끊겼다. 둘이 손잡고 부도로 달려나와 배표도 사지 못하고 황급히 배를 탔다”고 말했다. 신씨는 “배를 타고 나오는 동안에도 계속 포탄 소리가 나고 연기가 치솟았다. 군부대 편의점, 농협, 통제선에 포탄이 떨어지는 것을 직접 봤다. 남은 사람들은 군 대피소로 갔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한편 연평도 주민 27명은 꽃게잡이 어선 2척에 나눠 타고 연평도를 출발해 오후 8시10분쯤 어선 전용 선착장인 인천 해든나루 선착장에 도착했다.
김모(44·여)씨는 “죽는 줄 알았다”며 “갑자기 ‘펑’하면서 포탄 소리가 나서 훈련인 줄 알았는데 20번 넘게 포탄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고 회상했다.
송영길 인천시장도 이날 해든마루를 방문해 “연평도 주민들이 안정을 찾도록 하는 것이 최우선”이라며 “연평도를 빠져나올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글=유길용·최모란·정선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