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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효과없는 구제역 소독약 “사실 맞다”

허주형 2016. 2. 26. 12:41
방역 관계자 “구연산 등 산성제 영하에선 소독안돼” 인정
대다수 지자체 사용중인 품목…축산농가, 효능불신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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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제역 방역에 쓰이는 상당수 소독약이 영하의 온도에서는 효과가 없다는 지적(본지 2016년 1월27일자 10면 참조)에 대해 방역당국 관계자가 뒤늦게 시인한 것으로 알려져 파장이 예상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축산단체 관계자에 따르면 이달 초 열린 방역 관련 회의에서 축산단체들은 영하의 온도에서는 효과가 없는 상당수 소독약에 대해 미국 농무부가 발표한 자료까지 제시하며 사실 확인을 요구했다.

 이 관계자는 “회의에는 방역당국 관계자도 참석했는데, 그는 ‘일부 소독약의 경우 영하의 날씨에서는 효과가 없는 것은 맞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축산단체들의 주장을 방역당국 관계자가 인정한 것이다.

 본지가 입수한 ‘구제역 바이러스 세척과 소독 방법’에 대한 미국 농무부 자료(사진)를 보면, “몇몇 소독약은 낮은 온도에서는 효과가 없다(some disinfectants are ineffective at low temperatures)”는 내용이 분명히 명시돼 있다.

 축산단체들은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주로 사용하고 있는 구연산 등 유기산이 들어간 산성제는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면 효과가 없다”면서 그 근거로 농림축산검역본부 누리집에 나와 있는 소독약 관련 안내문과 국제학술지 ‘바이오시큐리티 앤드 바이오테러리즘(Biosecurity and Bioterrorism)’에 실린 논문을 제시하며 방역당국을 압박해왔다.

 ‘바이오시큐리티 앤드 바이오테러리즘’ 자료에는 영하(특히 영하 5℃ 이하)에서 효과를 발휘하는 소독약은 과산화초산제제뿐인 것으로 나와 있다. 우리나라 소독약 중 농림축산검역본부의 품목허가를 받은 과산화초산제제는 ‘G제품’과 ‘B제품’ 두가지뿐이다.

 이와 관련, 본지가 무작위로 지자체를 선정해 조사한 바에 따르면 대다수의 지자체가 영하의 온도에서는 효과가 없는 구연산 제제를 주요 소독약으로 채택해 사용하고 있었다.

 한 축산단체 관계자는 “방역에 있어서 소독약이 만병통치약은 아니지만, 효과가 분명한 소독약을 써야 하는 것은 질병 차단뿐 아니라 국가 예산낭비 방지 차원에서도 준수해야 할 사항”이라며 방역당국의 조속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와 관련해 축산 현장에서도 소독약 효과에 대한 불신풍조가 번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구제역이 올해 들어 전북 고창·김제 등 두 지역에서 발생한 이후 사그라들 것 같았다가 지난 17~18일 충남 공주·천안에서 재발하며, 방역초소에서 뿌리는 소독약을 더욱 무시하는 모양새가 나타나고 있다.

 설 연휴 앞뒤로 정부가 일제소독을 실시하고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직접 시연까지 하며 소독약 살포를 강조한 터라 농업인들의 불신도 커지는 실정이다.

 축산농가들은 “지난해 백신의 효능을 두고 물백신 논란이 일었듯, 소독약도 맹물이나 진배없는 것 아니냐”며 소독약 효능에 강한 불신을 표시하고 있다.

 이승환 기자 lsh@nongmin.com





출처 : 공무원 수의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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