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년 왕소나무의 쓰러지기전 ‘마지막 용틀임’
http://media.daum.net/v/20120829150105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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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미디어다음] 레져
글쓴이 : 문화일보 원글보기
메모 : 이제 문장의 시제(時制)는 '과거형'일 수밖에 없겠습니다. 붉은 수피의 거대한 밑동을 뒤틀며 구불구불 가지를 힘차게 펼치고 선 소나무 한 그루가 거기에 '있었습니다'. 충북 괴산군 청천면 삼송리의 천연기념물 '왕소나무'입니다. 열댓 그루의 다른 소나무를 호위병사처럼 거느린 채 당당하게 서 있던 왕소나무는 그 풍모만으로도 '왕'이란 이름에 마땅히 값을 하고도 남았었습니다. 거대한 위용이 어찌나 힘차고 대견했던지 마음 같아서는 '왕'보다는 '대왕(大王)'의 이름을 붙여주고 싶어졌을 정도였습니다. 소나무는 '용송(龍松)'이란 이름으로 불리기도 했습니다. 당장이라도 둥치의 굵은 비늘을 털어내면서 하늘로 승천할 것처럼 똬리를 틀고 있어 붙여진 이름이었다지요.
태풍에 쓰러지고만 왕소나무는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없다는군요. 부러진 가지를 정리하고 넘어져 드러난 거대한 뿌리를 흙으로 덮어주는 정도만 할 수 있을 뿐이랍니다. 기적처럼 숨이 끊어지지 않는다 해도 누운 자세 그대로 자랄 수밖에 없다고 했습니다.
600년 풍상을 다 견뎌온 위풍당당한 왕소나무를 쓰러뜨린 것은 무엇일까요. 순전히 바람 때문일까요, 아니면 건너온 세월 때문일까요. 그도 아니면 제대로 살피지 못한 사람들의 무관심 탓일까요.
왕소나무와 함께 두 그루의 소나무 노거수가 더 있었다 해서 마을 이름까지 '삼송(三松)'이라 불렸던 곳. 앞서 두 그루의 거대한 소나무가 차례로 넘어져 버리고, 마지막 남아있던 왕소나무도 이제 생을 다하고 쓰러졌습니다. 왕소나무가 쓰러졌다는 소식을 듣고 '오랜 세월 세상을 지탱해온 굵은 정신' 하나가 속절없이 무너져버린 듯 상실감이 들었습니다.
승천을 앞둔 용의 형상을 한 왕소나무가 있던 괴산의 삼송리, 그리고 지리산 청학동 가평의 판미동과 함께 우리 땅에서 최고의 비밀스러운 길지로 꼽히는 경북 상주의 우복동(牛腹洞). 그리고 청룡과 황룡이 살고 있다는 경북 문경의 쌍룡(雙龍)계곡과 신선이 노닐었다는 선유동(仙遊洞). 서로 경계를 이룬 괴산과 상주와 문경의 외곽을 넘나들면서 길을 이어봤습니다. 행정구역은 땅을 싹둑 잘라버리지만, 길이 어디 그렇던가요. 자르고 구분 지은 도(道)와 시(市)의 경계를 무시로 넘나들면서 흐르는 길을 이어붙여서 둥그런 행로를 만들어봤습니다. 교통이 불편하다 해서, 잘 알려지지 않았다 해서 지나치던 곳들을 다 잇고 보니 58㎞ 남짓의 빼어난 여정이 만들어졌습니다. 구태여 그 길을 이은 것은 도처에서 용(龍)과 신선(神仙)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비록 왕소나무는 쓰러져버리고 말았지만 이 길을 따라가면 용의 기운과 신선의 풍류가 계곡에서, 산중에서. 또는 들판에서, 더러는 마을에서 풍경 속과 이야기 속에 녹아 넘실거리고 있습니다.
↑ 붉은 수피를 뒤틀고 마치 승천하려는 용처럼 서 있던 충북 괴산의 ‘왕소나무’. 감히 범접할 수 없는 기운과 위엄이 느껴지는 왕소나무 앞에 서면 누구나 탄성을 쏟아낼 수밖에 없었다. 가히 ‘명목’(名木)’이라 할만한 왕소나무는 무수한 풍파를 견디며 600년의 시간을 건너왔지만, 28일 태풍에 그만 무너지듯 쓰러지고 말았다.
그런데 이 소나무가 28일 태풍에 거짓말처럼 넘어지고 말았습니다. 나무가 '쿵'하고 쓰러지기 나흘 전. 왕소나무 앞에 서 있었습니다. 어쩐지 나무가 자꾸 발을 붙들어 비가 내리는 이틀 동안 도합 세 번을 찾아 그 앞에 섰습니다. 그게 마지막 모습이었습니다.
태풍에 쓰러지고만 왕소나무는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없다는군요. 부러진 가지를 정리하고 넘어져 드러난 거대한 뿌리를 흙으로 덮어주는 정도만 할 수 있을 뿐이랍니다. 기적처럼 숨이 끊어지지 않는다 해도 누운 자세 그대로 자랄 수밖에 없다고 했습니다.
600년 풍상을 다 견뎌온 위풍당당한 왕소나무를 쓰러뜨린 것은 무엇일까요. 순전히 바람 때문일까요, 아니면 건너온 세월 때문일까요. 그도 아니면 제대로 살피지 못한 사람들의 무관심 탓일까요.
왕소나무와 함께 두 그루의 소나무 노거수가 더 있었다 해서 마을 이름까지 '삼송(三松)'이라 불렸던 곳. 앞서 두 그루의 거대한 소나무가 차례로 넘어져 버리고, 마지막 남아있던 왕소나무도 이제 생을 다하고 쓰러졌습니다. 왕소나무가 쓰러졌다는 소식을 듣고 '오랜 세월 세상을 지탱해온 굵은 정신' 하나가 속절없이 무너져버린 듯 상실감이 들었습니다.
승천을 앞둔 용의 형상을 한 왕소나무가 있던 괴산의 삼송리, 그리고 지리산 청학동 가평의 판미동과 함께 우리 땅에서 최고의 비밀스러운 길지로 꼽히는 경북 상주의 우복동(牛腹洞). 그리고 청룡과 황룡이 살고 있다는 경북 문경의 쌍룡(雙龍)계곡과 신선이 노닐었다는 선유동(仙遊洞). 서로 경계를 이룬 괴산과 상주와 문경의 외곽을 넘나들면서 길을 이어봤습니다. 행정구역은 땅을 싹둑 잘라버리지만, 길이 어디 그렇던가요. 자르고 구분 지은 도(道)와 시(市)의 경계를 무시로 넘나들면서 흐르는 길을 이어붙여서 둥그런 행로를 만들어봤습니다. 교통이 불편하다 해서, 잘 알려지지 않았다 해서 지나치던 곳들을 다 잇고 보니 58㎞ 남짓의 빼어난 여정이 만들어졌습니다. 구태여 그 길을 이은 것은 도처에서 용(龍)과 신선(神仙)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비록 왕소나무는 쓰러져버리고 말았지만 이 길을 따라가면 용의 기운과 신선의 풍류가 계곡에서, 산중에서. 또는 들판에서, 더러는 마을에서 풍경 속과 이야기 속에 녹아 넘실거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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