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사처방전제(껍데기는 가라)

고병원성 AI 방역, 기본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허주형 2016. 4. 26. 16:47

고병원성 AI 방역, 기본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허주형 한국동물병원협회장/(전)인천시수의사회장/수의학박사>

기호일보 webmaster@kihoilbo.co.kr 2014년 04월 17일 목요일 제11면

  
 
 ▲ 허주형 한국동물병원협회장 
 

 지난 1월 16일 전북 고창의 종오리 농장에서 고병원성 AI(H5N8)가 최초 발생된 이후 지금까지 종식되고 있지 않아 많은 우려를 낳고 있다. 국내에서 2~3년 주기로 발생하고 있는 고병원성 AI는 이번이 다섯 번째 발생이며, 2011년 5월 4차 AI 사태가 끝난 이후 2년 8개월 만이다.

방역당국은 AI의 전국적 확산을 막고 사태를 조기에 종식시키기 위해 발생 농장 3㎞ 이내 가금농장에 대한 예방적 살처분을 실시하고, 사상 처음으로 ‘일시 이동중지 명령(Stand still)’을 발동하는 등 발생 초기부터 전례 없이 강도 높은 방역조치에 나섰지만 철새 이동에 따른 산발적인 발생과 2차 감염을 막지는 못했다.

우선 가금류와 야생조류의 관리주체가 각각 달라 AI 방역에 혼선을 초래했다. 현재 가금류는 가축 방역부서(농식품부)에서, 야생조류는 환경부서(환경부)에서 예찰·관리하고 있으나 환경부서는 자연생태계 보전 및 동물자원 보호가 주된 업무이다 보니 이번 AI의 전파 요인으로 지목된 야생조류에 대한 방역 관리가 미흡했다.

중앙정부를 비롯한 일선 자치단체까지 AI 방역은 가축 방역 담당부서에서 일원화해 통합 관리하고 환경부에서는 철새 분포, 이동 양상 등 모니터링 결과를 농식품부에 제공하는 등 방역을 지원하는 형태로 체계화할 필요가 있다. 철새에 대해 지금보다 체계적이고 세밀한 대응 매뉴얼 개발도 필요하다.

현 정부의 국정 운영 패러다임 중 하나인 ‘부처 간 칸막이 제거’는 부처 간 협업을 통해 효율적으로 일하자는 것이지, 가축전염병 관리와 같은 전문적인 일을 비전문가에게도 맡긴다는 의미는 아닐 것이다.

야생조류의 방역관리를 가축 방역부서로 일원화하기 어렵다면 환경부서에 가축 방역을 위한 전문보직(수의사 등)을 둬 야생조류에 대한 상시 방역체계가 유지되도록 할 것을 제안한다.

두 번째로 구제역 검사와 같이 AI 확진 권한도 지자체에 이양해 신속 대응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지금 지자체들도 AI 확진에 필요한 장비를 모두 갖추고 있지만 중앙(농림축산검역본부)에서만 AI 확진을 하도록 돼 있어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지자체에서는 확산 방지를 위한 초동 방역이 늦어지는 문제가 있다.

금번 AI의 경우 항체가 개에서도 발견돼 이종 감염 사례가 확인되는 등 갈수록 위험이 커지는 상황에서 보다 빠른 대응을 위해 지자체에서도 조속히 AI 정밀검사를 실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기초자치단체(시·군·구)에 가축방역관 배치를 의무화해 방역업무의 연속성 및 전문성을 확보해야 한다. 가축 방역은 어느 한 곳이 뚫리면 순식간에 질병이 전파돼 피해가 속출하게 된다.

따라서 각 자치구에서는 가축 방역을 위한 통제초소 운영, 예찰·소독 강화, 역학 관련 방역조치 등 질병의 전파를 막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으며 그 중심에는 각 자치단체 소속 가축방역관이 있어 일선 방역 현장을 통합 지휘하고 있다.

 그러나 인천시 일부(중구·동구·남구·연수구)에는 가축방역관이 없어 관련 업무를 민간(공수의)에 의존, 인접 자치군·구뿐 아니라 인천시 전체의 방역 공백에 대한 우려를 낳고 있다.

가축전염병 발생에 따른 피해는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크고 심각하다. 관련 산업은 어떤가? 구제역, 고병원성 AI와 같은 질병 발생 시 상대국의 검역조건에 따라 축산물의 수출이 금지되고 고병원성 AI와 같은 인수공통감염병 발생 시에는 인체 감염 우려로 닭고기·오리고기 소비가 급감한다. 뿐만 아니라 살처분 가축에 대한 보상금 등 재정적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세금으로 연결된다.

단적인 예로 2010년 구제역 당시 그 피해 규모는 국민 1인당 4만 원(2조445억 원÷5천만 명)을 부담하는 꼴이었다고 한다.

지난 구제역과 현재 진행 중인 고병원성 AI의 뼈아픈 경험을 통해 하루빨리 적재적소에 방역전문인력을 배치해 재난형 가축전염병이 발생하기 전 평시 방역체계를 공고히 해야 한다. 방역전문가(수의사)의 부족으로 인한 문제점은 그간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으나 번번이 이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소 잃고 외양간도 고치지 않으면, 소를 새로 들여온들 과연 지켜낼 수 있을까?

<저작권자 ⓒ 기호일보 (http://www.kihoilbo.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