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사처방전제(껍데기는 가라)

[스크랩] 임준형 약사 50만원에 면허대여

허주형 2015. 8. 11. 16:49

지방의 한 약학전문대학원에 재학중인 임준형씨(27·가명)는 학부를 졸업하고 딴 약사면허증을 최근 학교 인근 약국에 월 50만원을 받는 조건으로 대여했다. 해당 약국엔 임씨 면허증이 걸려있지만 그는 단 하루도 근무하지 않았다. 임씨는 "수입이 적고 시간도 없는 대학원생에게 면허대여는 용돈벌이로 안성맞춤"이라고 말했다.

#서울 서대문구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약사 노인호씨(31·가명)는 현재 약사면허증 2개를 추가로 대여해 영업중이다. 면허증을 하나 빌릴수록 보험수가 100%를 받을 수 있는 조제건수가 늘어나서다. 대여비용은 면허증 1개당 월 30만원. 약사를 실제로 고용하면 월급으로 400만원이 나간다는 점을 감안하면 면허증을 하나 빌려서 매달 300만원 이상 남기는 셈이다.

싼 값에 약사면허증이 오가고 있다. 빌려주는 쪽은 놀고 있는 면허로 돈을 벌 수 있어서, 빌리는 쪽은 적은 비용으로 조제건수를 늘릴 수 있어서다. 약사간 면허대여는 불법이지만 보건당국은 적발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불법 약사면허증 대여의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 몫이다.

◇상부상조? 약사면허증 대여 왜 발생하나
현행 건강보험법은 의사와 약사 등 의료인에게 1일 적정 진료·조제건수를 75건으로 제한해 초과시 △100건까지 90% △150건까지 75% △150건 이상 50%를 건강보험수가로 지급하는 '차등수가제'를 적용하고 있다.

차등수가제도에서 장사에 눈이 먼 일부 약국장들이 면허대여의 유혹에 빠지고 있다. 특히 400~500명의 환자가 몰리는 대형약국의 경우 면허대여의 유혹이 크다.

면허를 대여한 약사를 자기 약국 소속으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등록하면 약국의 1일 적정 조제건수는 75건 더 늘어나고 그만큼 지급받는 보험수가도 많아진다.

노씨는 "면허대여는 적은 비용으로 조제건수를 늘릴 수 있는 손쉬운 방법"이라며 "약사들 사이에선 대여 안 하면 바보란 소리까지 있다"고 밝혔다.

유혹에 빠지긴 놀고 있는 약사들도 마찬가지. 대부분 대학원을 다녀 바쁘거나 나이가 들어 근무할 여력이 없는 고령 약사들이 해당한다. 면허증을 놀리느니 푼돈이라도 받고 빌려주자는 속셈이다.

약사들은 "약사가 적은 지방의 경우 면허대여 값으로 50만~100만원이 오가고, 서울·경기 등 수도권에선 30만~50만원에 대여가 이뤄진다"며 약사면허증의 '시세'에 대해 입을 모아 설명했다.

◇약사면허증 불법 대여 처분 거의 없어…피해는 국민 몫
암암리에 행해지고 있는 약사간 면허대여는 엄연히 불법이다. 현행 약사법 제6조3항에 따르면 약사는 본인 면허증을 타인에게 빌려주지 못한다. 어길 경우 최대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면허증을 빌려 받아 늘어난 적정 조제건수로 보험수가를 부당하게 취득한 경우도 처벌 대상이다.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라 1차 적발시 자격정지 8~12개월 등에 처해지고 2차 적발시엔 면허가 아예 취소된다.

면허대여는 명백한 불법행위이지만 실제 적발된 사례는 극히 드물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최근 약사면허증 대여 관련 처분 현황은 △2013년 4건 △2014년 5건 △2015년 1건에 불과했다. 대다수 약사들이 불법임을 알면서도 면허대여에 꺼리낌 없는 이유다.

약사면허증 불법 대여로 국민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 차등수가제도는 과도한 진료 및 조제로 의료서비스 질이 떨어지는 것을 막고 환자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2001년 7월 도입됐다. 불법 면허대여는 과도한 조제로 이어지고 이는 의료서비스 질 하락으로 연결될 수 밖에 없다.

건강보험료도 과도하게 빠져나간다. 불법 면허대여가 없었다면 90%나 75%만 지급될 보험수가가 100% 지급되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이다. 불법 면허대여로 새는 보험수가는 건강보험료 인상 요인으로 이어질 수 있다.

대한약사회 관계자는 "사무장병원이 과잉진료를 낳듯 면허대여 약국 역시 그 피해는 결국 국민들에게 돌아간다"고 말했다.

◇약사면허증 불법 대여 단속 방법 없나
보건당국은 약사면허증 대여 단속을 강화해도 불법 여부를 가리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전국 2만여개에 달하는 약국을 복지부가 일일이 관리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2008년 약사법 개정을 통해 면허를 빌리고 빌려주는 약사 모두를 처벌 가능토록 한 게 지금으로선 대응책"이라고 밝혔다.

또 "처벌수위를 높인다고 십수년간 횡행한 면허대여가 없어지진 않을 것"이라며 "단속을 철저히 하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약사계 스스로의 자정노력"이라고 강조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관계자 역시 "지키는 사람 열 있어도 마음 먹은 도적 한 놈 못 당한다"며 "약사들이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의료인으로서 부끄럽지 않으려는 노력이 중요하지 적발만이 왕도는 아니다"고 지적했다.

약사계에서도 면허대여와 관련해 자체 대응을 강화하겠다는 설명이다. 대한약사회는 면허대여 관련 파파라치 제도를 검토했지만 실익이 없다고 판단했다.

대한약사회 관계자는 "환자를 돈벌이 수단으로 보고 보건의료체계를 영리에 악용하는 면허대여는 약사계에서도 암적인 존재"라며 "현재 진행중인 자율정화사업과 주기적인 지도·점검을 통해 약사들의 윤리의식을 제고하겠다"고 말했다.

단돈 30만원에 오가는 약사면허증…피해는 고스란히 국민 몫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사진=윤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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