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감염병 역학조사관을 약사가?…의협, “세계 기준 역행”
[청년의사 신문 송수연]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메르스) 등 신종감염병 관리체계 강화를 골자로 한 ‘감염병예방관리법 개정안’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하는 과정에서 역학조사관 자격에 약사가 포함되자 대한의사협회가 반대 입장을 밝혔다.
국회 복지위는 지난 25일 전체회의를 열고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병합 심사된 감염병예방관리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날 복지위를 통과한 개정안은 ▲방역·역학조사 또는 예방접종 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 ▲의료인 ▲약사, 수의사 등 감염병·역학 관련 분야 전문가 중 역학조사 교육·훈련 과정을 이수한 사람을 역학조사관에 임명하도록 했다.
역학조사 교육·훈련 과정에 대한 구체적인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하지만 여야 의원들이 앞 다퉈 발의한 감염병예방관리법 개정안 중 역학조사관 자격에 약사를 포함하는 내용은 없었다. 복지위 법안심사소위에서 이들 법안을 병합심사하면서 추가된 내용인 것이다.
의협은 역학조사 수준을 선진국 기준으로 대폭 강화하기는커녕 약사를 무작정 역학조사관 자격에 포함시켰다며 개정안에 반대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1년 이상 임상 수련을 거친 의사는 바로 역학조사관 자격을 주지만 의사 이외 다른 보건의료 전문직은 공중보건학 분야 석사 이상 자격을 갖춰야 역학조사관 자격을 준다는 게 의협의 설명이다.
의협은 “당초 개정안은 역학조사관이 될 수 있는 자격으로 ‘방역·역학조사 또는 예방접종 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 의료인, 역학조사 교육·훈련 과정을 이수한 사람, 그 밖에 감염병 관련 분야 전문가 등’을 제시했다”며 “문제는 법안심사소위 논의과정에서 충분한 검증도 없이 약사를 갑작스레 포함시켜 전체회의에서 통과시켰다는데 있다”고 지적했다.
의협은 “역학조사관 자격에 약사를 무작정 포함하는 법 개정안에 강력히 반대한다”며 “특정 직역을 배척하는 차원이 결코 아니다. 오직 오늘의 메르스 사태를 있게 한 국가방역체계의 부실에 대한 우려에서 출발한다”고 강조했다.
의협은 “메르스 사태가 이렇게까지 확산된 데에는 정부의 초기대응 실패가 지적되고 있다. 즉 국가방역체계가 부실하였다는 것이며, 부실한 국가방역체계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바로 ‘부실한 역학조사’”라며 “초기 역학조사가 부실하고 전문 인력 등 맨파워가 부족했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게 된 결과를 낳은 주요 원인”이라고 말했다.
의협은 “상황이 이러함에도 사태를 수습하고 국가적인 시스템을 만들어보겠다는 국회에서 역학조사관으로 약사도 포함해야 한다는 단순한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는 것이 몹시 실망스럽다”며 “제2, 제3의 메르스 사태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역학조사 수준을 선진국 기준으로 대폭 강화하고 글로벌 스탠다드를 갖춰야 함에도 국회가 이에 역행하고 있다. 이는 부실한 현 국가방역체계의 현상유지 수준이거나 오히려 더 후퇴하는 개악”이라고 비판했다.
의협은 “약사이기 때문에, 관련 공무원이기 때문에 역학조사관 자격을 부여하는 것이 아니라 역학조사 업무를 충실히 수행할 수 있기 때문에 자격을 부여하는 방향이 국민적 상식에도 부합하고, 글로벌 스탠다드에도 맞는 처사”라며 “분명한 자격 기준 없이 일률적으로 보건의료인이라고 역학조사원 자격을 부여하는 것은 이번 메르스 사태에서 전혀 아무런 교훈도 얻지 못한 결과를 낳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의협은 이어 “국회는 국민 상식에도 어긋나는 말도 안 되는 개악법안을 즉각 철회하고 선진화된 시스템으로 국가방역체계의 새판을 구상해야 한다”며 “전문가들의 충고를 이번에도 무시하고 정략적인 고려만 일삼다가는 제2, 제3의 메르스 사태가 닥쳤을 때 후회만 할 수 있다”고 했다.
약사가 역학조사관...메르스 졸속입법 우려 현실화
감염병 관리법 개정안 국회 본회의 통과..."감정적 여론에 떠밀린 입법"
의협 철회 촉구에도 입법 마무리..."개선 입법 아닌 개악 입법, 어쩌나"
메르스 확산이라는 국가적 위기상황 반복을 막기 위한 관련법 개선작업이 자칫 감정적 국민 정서에 떠밀려 졸속으로 진행될 것이라는 의료계의 우려가 현실화됐다. 25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관련법 개정안에 감염병 비전문가인 약사를 역학조사관으로 임명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5월 20일 메르스 첫 환자가 발생한 이후 경쟁적으로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봇물 터지듯 29개나 발의되더니, 법안심사 개시부터 관련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와 전체회의 의견을 거쳐 본회의 통과까지 단 이틀 만에 개정작업이 끝났다.
일반적으로 법안발의 및 심의부터 본회의 의결까지 빠르면 15일에서 길게는 수개월, 또는 수년까지 걸리는 법 개정작업이 감염병 확산이라는 촉진제를 만나 이례적 결과는 낳은 것이다.
일찍이 대한의사협회를 중심으로 한 의료계는 메르스 사태 반복을 막겠다며 국회의원들이 쏟아내는 관련법 개정안들을 접하고, 의과학적 근거에 따른 숙고에 의한 합리적 법 개정이 아닌 감정적 여론에 떠밀린 졸속 입법에 대해 경계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해왔다.
그러나 의료계의 우려는 결국 현실이 됐다. 국회는 25일 밤 9시경 본회의를 열어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소위와 전체회의에서 단 이틀 동안 심의한 감염병 관리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그런데 의결된 법안에는 감염병 역학조사관을 질병관리본부에 30명 이상, 각 시도에 2명 이상씩 확보하도록 하면서 역학조사관으로 의료인 및 약사, 수의사를 임명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또한 감염병의 국내 유입 또는 유행이 예견돼 긴급한 대처가 필요한 경우 방역관과 역학조사관이 직접 감염병 현장을 지휘·통제하도록 하고, 관련 기관은 이에 협조하도록 의무화하도록 했다.
이와 관련 의사협회는 25일 오후 약사 등을 역학조사관으로 임명할 수 있도록 하는 감염병 관리법 개정안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했다는 소식을 접하자마자, 문제의 감염범 관리법 개정안 철회를 촉구했다.
의협은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소위와 전체회의 과정에서 역학조사관에 약사를 포함해야 한다는 의견을 충분한 검증도 없이 갑작스레 포함시켰다"면서 "역학조사관 자격에 약사를 무작정 포함하는 법 개정안에 강력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민 모두가 알고, 전문가들도 인정하듯 메르스 사태가 이렇게까지 확산된 데에는 정부의 초기대응 실패가 지적되고 있다. 즉 국가방역체계가 부실하였다는 것이며, 부실한 국가방역체계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바로 '부실한 역학조사'다. 초기 역학조사가 부실하고 전문인력이 부족해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게 된 결과를 낳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국가적 위기사태를 수습하고, 국가적인 시스템을 만들어보겠다는 국회에서 역학조사관으로 약사도 포함해야 한다는 단순한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는 것이 몹시 실망스럽다"면서 "국회는 국민 상식에도 어긋나는 말도 안 되는 개악법안을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문제의 개정안을 심의하면서 새정치민주연합 김성주 의원(보건복지위원회 간사)과 같은 당 최동익 의원은 "일각에서 감염병 관리법 개정 논의가 졸속으로 진행되는 것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며 보건복지위원들 사이에 이견이 있는 내용에 대해서는 충분한 논의와 심리를 거쳐 의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역학조사관에 약사 추가…처방전 리필 허용은 재논의
복지위 법안소위, 병의원 손실보상 등 논의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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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는 25일 메르스 사태로 발의된 19건의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이틀째 심사했다.
논란이 된 역학조사관 자격에는 약사가 추가됐다. 수의사는 현재 역학조사관에 포함돼 있지만 문구에 약사와 함께 열거하기로 했다.
방역관의 권한범위 부분은 경찰청의 반대로 문구가 수정됐다. 당초 법률안은 감염병 발생지역을 관할하는 경찰관서, 소방관서의 장, 보건소의 장 등은 방역관의 지휘 통제에 따라야 한다고 돼 있었지만 경찰청의 의견을 수용해 방역관의 조치에 협조한다로 변경됐다.
법안소위는 이런 내용을 포함해 감염병 예방 및 관리체계 구축, 정보공개 및 자료요청, 감염병환자 및 격리치료제에 관한 조처 등을 우선 위원회안으로 의결했다.
의료기관 폐쇄 등 의사 및 의료기관에 관한 조치, 감염병 전문병원 등의 설치, 손실보상 및 재정지원 등은 오후 1시부터 속개되는 회의에서 본격 심사될 예정이다.
앞서 검토된 감염병 사태로 휴·폐업한 의료기관을 이용한 만성질환자 처방전 재사용(리필) 허용 조문도 오후 회의에서 재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복지부는 일단 리필제 허용에 대해 의약분업 원칙훼손 등을 이유로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상태다.
한편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법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해 이날 오전에 진행됐던 의사일정이 메르스법 법안소위만 빼고 모두 중단됐다. 여야는 오후 1시30분 각기 의원총회를 열고 거부권 행사에 대한 대책을 논의한다.
따라서 메르스법 법안심사도 이 소용돌이에 휘말려 중단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