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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축방역, 축산농가 아닌 국가와 현장 수의사가 책임져야 한다”

허주형 2021. 3. 8. 10:20

가축방역, 축산농가 아닌 국가와 현장 수의사가 책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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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허주형 대한수의사협회장
방역 책임질 컨트롤타워 부재 … 농장전담수의사제, 시범 실시해야
[한국농정신문 홍기원 기자]

축산방역정책은 어디서부터 잘못 맞춰진걸까. 허주형 대한수의사협회장은 정부가 내세우는 ‘농장 중심’의 개념부터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중심 개념을 교체해 사안을 바라보자 기존의 방역체계와 달라진 대안이 명료하게 다가온다. 허주형 회장에게 일선의 민간수의사가 축산농장 방역현장을 책임지는 ‘농장전담수의사제도’의 면모를 들어봤다.



정부는 개별 축산농장의 방역 수준을 높이는데 초점을 두는데?

가축질병 방역의 중심은 국가와 수의사가 돼야 하는데 모든 책임을 농가에 떠넘기고 있다. 축산농장은 안전한 축산물을 생산하는데 주력해야 하는데 현재는 농장의 업무가 방역이 됐다. 농장 중심의 방역은 자칫 위생과 안전성이 뒷전이 될 수 있어 오히려 위험하다.

축산농민 입장에서 방역은 투자를 해도 성과가 눈에 보이지 않는다. 축산농장은 위생과 안전, 그리고 환경관리를 책임져야지 방역까지 책임지라하는 건 맞지 않다. 바이러스는 아무리 소독을 잘해도 바로 죽는 게 아니다. 소독의 목적은 바이러스의 생존환경을 최대한 줄이는 것이다.

현 방역체계의 근본 문제는 무엇인가?

우리나라 가축방역은 질병을 먼저 기다리는 게 아니라 질병을 쫓아간다. 그리고 방역을 책임질 컨트롤타워가 없다. 야생멧돼지는 환경부 소관이다. 천연기념물은 문화재청이 맡는다. 동물위생과 관련한 사안은 식약처가 담당한다.

가축방역과 위생 그리고 검역을 한 부처에 모아서 책임지게 해야 한다. 가축질병도 과를 나눌게 아니라 통합해서 다루는 과를 만드는 게 낫다. 업무를 통합해 공동협력의 효과가 일어나야 한다.

그리고 방역당국에 대한 신뢰가 낮은 것도 문제다.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하자 발생농장 반경 3㎞ 살처분이 반경 10㎞로 늘어나고 이어 시·군단위별로 살처분을 했다.

그러면서 역학조사 결과는 공개하지 않는다. ASF가 느닷없이 생긴 건 아닐 것이다. 역학조사 결과는 다음 질병을 예방하려면 꼭 공개해야 한다. 그래야 검역기관의 존재가치가 있는 것이다.

가축방역심의회가 있지만 나중엔 서면도 아닌 카카오톡에서 진행하더라. 비대면이어도 영상회의라도 해서 심도있는 논의를 통해 결론을 내려야 한다. 방역이 과학적이어야 신뢰를 잃지 않는다.

일선 방역현장은 여전히 인력과 예산 부족에 시달리는데?

1998년 수의과대학이 6년제로 바뀌었다. 6년제 대학을 졸업한 인재들이 방역현장에 투입되려면 합당한 대우를 받는 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공무원으로 근무하는 수의사의 의료업무수당을 25만원(광역지자체 소속)에서 50만원으로 높이고 5급 이상 진급할 수 있도록 직급 정체도 해결해야 한다.

지역에 있는 산업동물병원이 인근 지역 농장의 방역을 관리하면 방역수행의 정확성이나 관리도 용이해진다. 국가방역에서 지방단위, 그보다 더 소규모 단위 방역으로 가야 한다. 임상수의사가 농장을 체크하면 담당 공무원이 책임을 맡은 동물병원을 통해 보고를 받는 것이다.

현재 지역에서 산업동물을 진료하는 동물병원 수의사들은 질병이 발생돼야 농장을 방문하니 수의사라기보다 장의사에 더 가까운 셈이다. 수의사가 농장 전체의 방역을 관리하면 아프기 전에 농장을 방문할 것 아닌가.

ASF나 고병원성 AI 말고도 많은 가축질병이 있는데?

ASF, 구제역(FMD), 고병원성 AI 등은 빙산의 일각이다. 그리고 시대가 달라졌다. 예전엔 FMD는 남미에서 발생하고 고병원성 AI는 우리나라와 가까워도 홍콩 정도에서 발생하는 걸로 배웠다.

농식품부 방역정책국이 바뀌어야 한다. 우리나라처럼 예방적살처분과 이동제한조치가 대규모로 이뤄지는 건 유례를 찾을 수 없다. 임상수의사가 공공의 역할을 하는 해외사례를 참고해 달라져야 한다. 일본은 동물병원이 공제보험 지점 역할도 맡고 있다.

일단 시범적으로 지역을 정해 동물병원을 조사하고 병원마다 축산농장을 배정해 전담수의사제를 적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공공의 역할을 맡은 동물병원에 일정 정도의 지원을 하는 게 효율적으로 현재의 방역비용보다 부담도 줄어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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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한국농정신문(http://www.ikpnews.net)